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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by 세리옹 2025.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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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제목 1: 부산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국제시장’의 이야기 구조
소제목 2: 황정민의 절절한 연기, 누군가의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소제목 3: 가족을 위해 희생한 삶, ‘국제시장’이 남긴 세대 간 대화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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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시장’을 보고 나서, 나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은 단순한 휴먼 드라마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현대사를 압축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아버지, 어머니 세대에 바치는 헌사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극장에서 봤을 때,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건 단지 슬픈 이야기라서가 아니었다. 그 이야기가 너무 내 아버지, 내 어머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 작전으로 시작된다. 그 눈 내리는 피란길에서 주인공 윤덕수(황정민 분)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와 헤어진다. 그리고 평생 그 자리를 지키며 가족을 책임진다. 독일 광부, 베트남 파병 기술자, 그리고 부산 국제시장의 상인까지. 그는 수많은 직업을 거치며 그저 가족을 위해, 아버지로서 살아낸다.

〈국제시장〉은 이처럼 한 개인의 일생을 통해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다시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레 부모 세대의 고생과 희생을 돌아보게 된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가 누리는 이 일상은 누군가의 눈물과 포기로 이루어진 것이며, 그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본 뒤 나는 긴 시간 동안 생각에 잠겼다. 평소에 무뚝뚝했던 아버지, 나에게 말없이 용돈만 건네던 그 손, 늘 가족 걱정만 하던 뒷모습. 그 모습들이 덕수의 얼굴과 겹쳐졌다. 이 영화는 나에게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세대 간의 이해와 대화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었다.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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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산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국제시장’의 이야기 구조

〈국제시장〉은 제목 그대로, 부산의 중심지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살아낸 한 인물의 삶을 따라간다. 영화는 윤덕수라는 평범한 남자의 삶을 따라가며, 그 속에 한국의 19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를 촘촘히 담아낸다. 단순히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로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역사가 스며 있고, 반대로 한국 근현대사를 설명하기엔 놀라울 정도로 한 인간의 감정이 섬세하게 녹아 있다.

덕수는 전쟁으로 아버지와 생이별하고, 그 책임감 하나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진다. 독일로 파견된 광부로,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기술자로, 시장 상인으로, 가족의 가장으로 살아간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궤적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전기영화식 나열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민중이 어떻게 시대를 버텨왔는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시간축이 오르내리는 방식도 인상 깊다.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플래시백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가’를 자문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히 옛이야기를 회상하는 구조가 아니라, 과거의 희생이 현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덕수의 굳은 표정, 주름진 얼굴, 어린 시절 동생을 잃고 오열하던 모습은 하나로 연결되어, 한 인간이 아닌 한 ‘세대’를 대변하게 된다.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과장되지 않았음’에 있다. 한국전쟁, 흥남철수, 광부 파견, 파병, 시장 경제—all of these elements—를 다루면서도, 〈국제시장〉은 다큐처럼 건조하지 않고, 멜로드라마처럼 과장되지도 않는다. 절제된 톤 속에서도 시대의 온도와 인간의 체온을 정확히 전달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매우 설득력 있다. 그 진정성은 결국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부산이라는 도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에서 부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하나의 인물이다. 국제시장 골목마다 쌓인 역사, 자갈치의 소음, 흥남에서 흘러들어온 피란민의 숨결. 이 모든 것이 영화의 정서를 채우는 중요한 감정선이 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단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공기를 함께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에서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을 발견했다. 거대한 사건 중심이 아닌, 한 인물의 인생을 통해 모든 시대를 관통하게 만드는 방식. 그것은 숫자나 교과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역사, 바로 ‘살아낸 시간’이었다.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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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황정민의 절절한 연기, 누군가의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

〈국제시장〉의 가장 큰 감정적 원동력은 바로 주인공 덕수를 연기한 배우 황정민이다. 그의 연기는 과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다. 하지만 관객의 가슴을 휘어잡는 절제된 감정과 눈빛은 무엇보다 강렬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단순히 연기를 ‘잘한다’는 차원을 넘어, 삶을 연기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덕수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황정민이 입을 열고 걸으며 가족을 걱정하는 그 순간순간, 그는 곧 우리 곁에 있었던 누군가의 아버지가 된다.

황정민이 연기한 덕수는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말이 적지만, 그 행동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묻어난다. 독일 광산에서 동료가 무너진 갱도에 깔리자, 주저하지 않고 들어가 함께 생사를 넘긴다. 베트남 전쟁터에서도 총성과 폭발음 속을 뚫고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다. 그 모든 위기의 순간에도 덕수는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떠올린다. 황정민은 이러한 인물의 내면을 ‘과장’이 아닌 ‘생활의 흔적’으로 표현한다. 그 절제된 감정의 밀도는 관객의 가슴을 울릴 수밖에 없다.

나는 특히 그가 수화기를 붙잡고 미국에 입양된 막순이의 소식을 듣고 조용히 눈물을 쏟는 장면에서, 한없이 인간적인 아버지의 얼굴을 봤다. 그 장면은 극적인 음악이나 설명적인 대사가 없다. 오직 황정민의 표정과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한다. 그 눈물에는 동생을 잃어버린 죄책감, 드디어 소식을 들었다는 안도감, 그리고 함께하지 못한 세월에 대한 아픔이 한꺼번에 스며 있다. 영화 내내 감정을 억누르던 인물이 그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황정민은 이처럼 덕수를 단순한 '희생적인 아버지'로만 그리지 않는다. 때로는 가족에게 화도 내고, 술에 취해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자신의 삶이 허망하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러한 장면들이 있었기에 덕수는 더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왔고, 그만큼 더 마음 아프게 느껴졌다. 아버지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황정민은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국제시장〉이 세대를 뛰어넘어 울림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 단지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로 포장되기보다, **‘누군가의 아버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절실한 일인지’**를 고스란히 전해줬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덕수 같은 사람 덕분에 살아왔다. 그들을 향한 우리의 감정은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밀려드는 모순된 복합체다. 황정민의 연기는 그 감정의 실체를 정확히 짚어낸다.

나는 〈국제시장〉이 황정민이 아니었으면 완성되지 못했을 거라고 믿는다. 그는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을 만들어냈다. 그가 덕수로서 보여준 울음, 분노, 사랑, 체념, 그 모든 감정은 영화를 넘어서 관객 개개인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영화를 본 뒤 부모님을 안아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면, 그것이 바로 황정민 연기의 힘이자, 이 영화가 갖는 진짜 울림일 것이다.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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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군가는 잊어도,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

〈국제시장〉이 관객에게 주는 울림의 본질은 단순히 한 남자의 헌신적인 삶을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더 넓은 지점에서, 한 나라의 굴곡진 현대사를 개인의 시선으로 직조해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6·25 전쟁, 흥남철수, 파독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전 파병, 그리고 IMF 경제위기까지. 덕수라는 인물 하나를 통해 한국이 겪어야 했던 격동의 세월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는, 지금의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는가? 혹은 얼마나 자주 우리 사회의 근현대사를 들여다보는가? 분단, 전쟁, 이산가족, 산업화, IMF. 이런 단어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적 사실로만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제시장〉은 그것들이 누군가의 현실이었음을 다시 일깨운다. 그리고 덕수의 얼굴을 통해 그 역사의 한복판에 있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살려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덕수가 흥남철수 당시 아버지와 막순을 잃고, 생애 내내 그 기억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모습이다. 잊을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는 그 상처는 덕수에게는 일종의 사명이 된다. 아버지 대신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자의식, 가족을 위해 내 삶을 모두 내어주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죄책감까지. 그런 개인적 상처와 시대의 상흔이 겹쳐질 때, 〈국제시장〉은 단순한 감동 영화의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영화 후반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통해 막순과 재회하는 장면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려진다. 실제 프로그램 화면을 교차 편집하여 구성한 이 장면은 그 자체로 관객의 가슴을 울린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고, 연출이 지나치지도 않다. 하지만 울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은 연출의 힘이 아니라, 현실을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이 진심으로 스며 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 이후, 나는 부모님의 청춘이 궁금해졌다. 그들이 어떤 시절을 살았는지, 어떤 고민과 고통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고자 했는지. 그때서야 비로소 ‘기억한다는 것’이 단지 잊지 않는 것을 넘어,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국제시장〉은 그런 태도의 출발점이 되어준다.

어쩌면 덕수의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었다면 기록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이름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삶은 늘 그렇다. 조명도, 갈채도 없이 묵묵히 버텨낸 사람들이 이 나라를 만들었고, 지금 우리를 있게 했다. 그래서 〈국제시장〉은 이 땅의 수많은 덕수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그리고 우리는 그 헌사 앞에서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한다. 누군가는 잊었어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것이 이 영화를 보는 우리의 책무다.

부산의 역사와 눈물·황정민의 절절한 연기·영화 ‘국제시장’이 전하는 아버지 세대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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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수록 따뜻해지는 이름, ‘아버지’와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극장을 나선 후에도 한동안 잊히지 않는 영화다. 그 여운은 단지 덕수라는 인물의 굴곡진 삶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인물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되고,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름 없는 노력을 떠올리게 된다. 덕수는 특별한 영웅이 아니다. 그는 이름도 흔하고, 얼굴도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덕수야말로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상징이 된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영화는 너무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부모의 젊은 시절을, 누군가의 땀과 눈물로 이어졌던 가족의 역사를.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라”고. 그 길 위에서 고된 시간을 견디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리를 지킨 사람들. 그 이름이 곧 우리 아버지, 어머니였음을 잊지 말자고.

〈국제시장〉은 그래서 단순한 감동의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세대 간 소통을 위한 출발점이자,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시 마음을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가도, 어느 순간 따뜻해졌다. 눈물이 흐르다 웃게 되는 그 감정의 흐름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덕수’를 떠올렸을 것이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선 지금,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그 질문이 가슴 깊이 남는다.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던 수많은 순간이 스쳐 갔다. 그리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 마음이 남았다. 덕수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았듯이,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조금은 내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랑이고, 연대이고, 삶을 함께 짓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영화를 누구나 꼭 한 번은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혹은 한참을 살아오신 부모님께 “이 영화 꼭 보세요” 하고 말해드려도 좋겠다. 말로 하지 못한 감사의 표현을, 영화 한 편이 대신해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국제시장〉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진다. 그것은 단지 영화의 힘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우리 모두의 이야기 덕분이다. 이름 없는 수많은 덕수들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들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우리는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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