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by 세리옹 2025. 5. 20.
반응형
  1. 정복이 아닌 동행 — 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2. 친구가 아닌 가족 — 산악대의 동료애가 보여주는 진심
  3. 남겨진 자의 사명 —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약속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이미지출처

 산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산’이라는 단어 앞에 두려움과 경외심이 함께 있었다. 높고 거대한 존재. 인간이 감히 넘보지 못할 것 같은 공간. 그리고 동시에 아버지 세대의 친구들이 툭하면 주말마다 산을 찾으며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하던 그 풍경들.
솔직히 말해 처음 <히말라야>라는 영화의 제목을 봤을 때, 그저 등반의 기록이겠거니 했다. 고생스럽고, 영웅적인 이야기가 펼쳐지겠지 하는 막연한 예상을 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가슴 깊은 곳이 이상하게 먹먹해졌다. 이건 ‘등반의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마음의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네팔 히말라야에서 사망한 후배 대원을 데려오기 위해 또 한 번의 생사를 건 여정을 떠난 엄홍길 대장과 동료들의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시신 수습’을 위한 원정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임무가 아니었고, 그 어떤 탐험보다도 더 인간적인 선택이자, 아주 오래된 약속을 지키려는 여정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영화가 ‘산을 정복한다’는 뻔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산을 대하는 인간의 자세’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엄홍길(황정민)은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는 산을 두려워하고, 경외하며, 사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했던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씩 기억한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따뜻함이다.
높은 고도와 험난한 날씨 속에서도, 결국 사람이 남는다.

또 하나, 이 영화는 ‘죽음’이라는 소재를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죽음을 슬픔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과 책임, 그리고 그 사명을 향한 의지로 풀어낸다.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우리는 흔히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히말라야>는 말한다. “죽은 자의 마음을 기억하는 것이, 산 자의 책임이다.”

이제부터 이 영화를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눠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산을 대하는 자세’, 두 번째는 ‘동료라는 말 그 이상의 관계’, 그리고 세 번째는 ‘죽음을 넘는 약속’이라는 주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삶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인간의 깊이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히말라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래 남는다.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이미지출처

1. 정복이 아닌 동행 — 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보면 때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저 고생을 사서 할까?’
<히말라야>를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산은 단지 목표점이 아니라, 자신을 비워내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엄홍길 대장은 그 누구보다도 산을 ‘상대’가 아닌 ‘동반자’로 대하는 인물이었다.

영화는 등반의 기술보다 ‘마음가짐’을 보여준다. 고산병으로 고통받고, 눈보라 속에서 방향을 잃고, 동료가 하나둘씩 돌아서도 엄홍길은 ‘이 길은 끝까지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그 한마디에 나는 무언가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안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약속은 결국 ‘산’과 맺은 것이기도 했다. 엄홍길은 말한다. “산은 항상 경외심을 가지고 올라야 한다. 산은 절대 만만하지 않다.” 그 말은 단순히 경고가 아니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잊지 말아야 할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태도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이룰 때마다 ‘정복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겸손했는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버텼는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이 영화는 산을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산 앞에서 인간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이미지출처

2. 친구가 아닌 가족 — 산악대의 동료애가 보여주는 진심

영화 속에서 가장 따뜻했던 감정은 ‘동료애’다. 단순히 팀원이나 직장 동료 같은 것이 아니라, 거의 ‘가족’에 가까운 유대감. 산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진짜 관계의 깊이를 경험하게 된다. 서로에게 목숨을 맡기고, 말보다 눈빛으로 통하고, 기꺼이 등을 내어주는 관계. <히말라야>는 그런 동료애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엄홍길과 박무택(정우)의 관계는 이 영화의 중심축이다. 나이도, 등반 경력도 차이 나지만, 이 둘은 서로를 깊이 신뢰한다. 특히 무택이 엄 대장을 향해 존경과 애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장면은 감정의 진심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리고 무택이 히말라야에서 사망했을 때, 엄 대장이 보여주는 반응은 단순한 ‘책임감’이 아니다. 그건 가족을 잃은 사람의 슬픔이다.

나는 이 장면들이 너무 현실적이면서도 벅차올랐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의리’, ‘동료’, ‘팀워크’라는 단어를 쉽게 쓰지만, 진짜 그것이 무엇인지 느낄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데 <히말라야>는 그 진짜 ‘동료애’를 보여준다. 내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싶은 사람, 그게 진짜 동료라는 걸.

특히 원정대가 다시 무택의 시신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로 돌아가는 결정은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건 의무가 아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다. 단지 마음이 그 사람 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몸도 따라간 것뿐이다. 그리고 그게 진짜 인간의 정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까지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가 가능할까 싶지만,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믿고 싶어졌다.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산을 마주하는 마음, 동료를 지키는 신념, 죽음 이후의 약속을 그린 영화 ‘히말라야’

이미지출처

3. 남겨진 자의 사명 — 죽음 너머까지 이어진 약속

죽음은 종결이 아니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은, 남겨진 자에게 새로운 책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히말라야>는 그 진리를 너무도 조용하고 강하게 전한다. 산에서 사망한 박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히말라야에 오르는 여정은, 단순히 시신을 찾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무택과 엄홍길 사이의 약속, 동료들과의 약속,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인간으로서의 선언이다.

나는 이 여정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왜냐하면 그것이 결코 강요된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이고 진심 어린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 속의 복수나 애도의 장면들은 분노나 슬픔에 기반하지만, <히말라야>는 다르다. 이 영화는 ‘사랑’으로 그 여정을 풀어낸다.

특히 마지막에 무택의 시신을 발견하고, 그를 데려오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는 장면은 마치 모든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죽은 이를 향한 최고의 예우는, 끝까지 그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엄홍길은 그걸 해낸다.

그 모습은 나에게도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지금, 누구를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내 삶의 약속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을까?”

<히말라야>는 그런 깊은 질문을 묵직하게 남긴다.
삶이 아무리 바쁘고, 관계가 얇아지는 시대라도,
이 영화는 말한다.
‘인간은, 죽음 이후에도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야 한다’고.


진짜 감동은 가장 조용하게 온다 

<히말라야>는 거대한 영화다. 스케일도 크고, 무대도 넓고, 고통도 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끝내 ‘조용한 감동’을 선택한다. 시끄럽게 울지 않고, 과장된 연설도 없이, 묵묵히 산을 오르고, 또 내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조용한 걸음 속에서 나는 진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산을 오르는 것도, 시신을 데려오는 것도, 모두 누군가를 위한 ‘남겨진 사람’의 마음이자 행동이었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진짜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삶이란 결국, 누구를 위해 내가 무엇을 하는가로 완성되는 것 아닐까?

<히말라야>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려는 사람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 어딘가가 단단해진다. 나도 내 삶에 그렇게 진심이고 싶어지고, 내 곁의 사람을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내 인생의 약속 앞에서도, 이렇게 멋진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세상엔 너무 많은 소란스러운 감동이 있다. 의도된 슬픔, 억지 감정. 그런데 <히말라야>는 다르다.
이 영화는 말없이 손을 잡아준다.
“너는 잘하고 있어. 누군가를 위해 네가 끝까지 가는 길, 그건 분명히 의미가 있어.”

그 말 한마디가,
오늘도 내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위로 같은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