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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by 세리옹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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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잊혀진 섬의 진실 — 군함도는 왜 침묵되었는가
  2. 사람을 잊은 전쟁 — 그 속에서 드러난 인간성의 밑바닥
  3. 절망 끝의 희망 — 탈출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외침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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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스펙터클 속에 숨겨진 진짜 이야기

영화 <군함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시각적 스펙터클이 강렬한 작품이다. 광활한 지옥도 같은 광산, 숨막히는 탄광 통로, 땀과 피가 엉킨 노동 현장, 절박한 탈출의 순간까지. 한 장면도 가볍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건 그런 외형적인 스케일이 아니라고 나는 느꼈다. <군함도>는 그 안에 갇힌 사람들, 그들의 고통, 그리고 외면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볼 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모든 것을 재현한 다큐는 아니고, 역사적 무게를 갖추었지만 오락적인 요소도 분명히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오히려 더 큰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영화는 그 질문을 아주 날카롭게, 그리고 처절하게 던진다.

<군함도>의 배경이 된 하시마 섬, 이른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 수천 명이 강제로 끌려가 착취당했던 장소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 사실을 오랫동안 부정하거나 왜곡해왔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자 하는 시도였다. 하지만 단지 역사의 고발로 끝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질문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절망 속에서도 존엄을 지키는 일이 가능한가?

이 질문은 캐릭터 하나하나를 통해 다층적으로 펼쳐진다. 송중기의 박무영은 첩보원이자 지략가로서 작전을 수행하지만, 점점 사람과 연대하게 된다. 황정민이 연기한 강옥은 평범한 악단 단장으로 시작하지만, 딸을 지키기 위해 비굴해지기도, 끝내 일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지섭이 맡은 최칠성은 조용히 살아남는 걸 택했지만, 결국 스스로의 분노를 행동으로 바꾼다. 이 인물들의 궤적은 단순한 극적 장치가 아니라, 시대에 내던져진 인간의 감정 변화를 그대로 반영한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감동’이나 ‘분노’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우리 감정 깊숙이 찔러 넣는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불편했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지금부터는 <군함도>를 통해 내가 특히 깊이 느꼈던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군함도의 역사적 의미와 왜곡, 두 번째는 인간성의 붕괴와 그 잔혹함, 그리고 마지막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탈출의 의미다.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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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잊혀진 섬의 진실 — 군함도는 왜 침묵되었는가

하시마 섬, 일본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섬이자 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장소. 하지만 그 화려한 산업유산의 이면에는 수천 명 조선인의 고통이 묻혀 있다. 영화 <군함도>는 이 잊힌 역사의 이면을 끄집어낸다. 나는 이 영화가 개봉됐을 당시 가장 강하게 와 닿았던 것이 바로 이 '침묵'이었다. 일본 정부의 왜곡, 국제 사회의 무관심, 그리고 우리 내부의 무지. 군함도는 단지 역사적인 장소가 아니라, 기억이 유린된 공간이었다.

영화는 섬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거대한 절망을 보여준다. 갇힌 환경, 비인간적인 노동, 감시와 폭력, 그리고 죽음이 일상이 된 그곳. 나는 그 묘사가 불편하면서도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이 역사를 제대로 직면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고통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픈 과거라고 넘기기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영화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함도는 단지 잊힌 장소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지워진 장소다. 그리고 <군함도>는 그 기억을 다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눈물 흘리게 하려는 게 아니라, ‘왜 지금까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가’를 묻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질문은 우리 모두에게 향한다.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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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람을 잊은 전쟁 — 그 속에서 드러난 인간성의 밑바닥

전쟁은 언제나 사람을 수단으로 만든다. 그리고 <군함도>는 그 ‘수단화’의 끝을 보여준다. 사람은 더 이상 이름이 아니고, 존엄도 아니다.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짐승처럼 일하고, 서로를 감시하고, 때로는 살기 위해 배신한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 ‘폭력’이 아니라, 사람들이 점점 무감각해지는 과정이었다.

황정민의 캐릭터 강옥은 딸을 지키기 위해 온갖 굴욕을 견딘다. 때로는 일본인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고, 동료를 외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비난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안에서 절절한 인간적 고통을 느꼈다.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했던 시대. <군함도>는 그 비열함조차 ‘사람’의 감정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소지섭이 연기한 최칠성이다. 그는 처음엔 아무런 감정도 없이 거친 일만 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안에도 울분이 있었다. 영화 후반부, 그 울분이 폭발할 때 나는 속이 뻥 뚫리는 동시에 눈물이 고였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폭력이었겠지만, 그에게는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나는 이 영화가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너무 정직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냥 영웅을 세우고 박수치는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눈 돌리고 싶은 감정들, 비겁함, 분노, 수치심까지도 다 끌어내어 보여줬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용기다.


역사 속 잊혀진 아픔, 인간성의 붕괴, 끝내 외친 자유 — 영화 '군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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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절망 끝의 희망 — 탈출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외침

<군함도>의 마지막 탈출 장면은 영화 전체의 정점을 이룬다. 나는 이 장면을 단순한 ‘액션’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외침이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더는 억눌리지 않겠다는 집단의 절규였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희생되고, 누군가는 용기를 낸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였다는 점이다.

송중기의 박무영은 처음엔 냉철한 임무수행자였지만, 점점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조선의 독립’이라는 명제를 넘어서 ‘사람을 구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나는 그 변화가 참 좋았다. 그는 처음엔 국가의 대의만 따르던 인물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그 안의 사람을 보게 된다. 진짜 독립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탈출 장면은 비극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놀라운 희망을 보여준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결국 그들은 움직였고, 결국 탈출에 성공한다. 그 승리는 단지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한 순간이었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영화 전체의 메시지가 응축됐다고 느꼈다. “우리는 싸워야 하고, 그 싸움은 반드시 함께여야 한다.”


영화로 다시 쓰는 기억, 우리가 해야 할 일

<군함도>는 보기에 쉬운 영화는 아니다. 감정적으로 힘들고, 시각적으로도 무거운 장면이 많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이 영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잊고, 다시 무감각해진다. <군함도>는 우리가 그 기억을 마주하길 요구한다. 그것이 불편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내가 그 시대에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강옥처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비굴해졌을까, 무영처럼 대의를 위해 사람을 외면했을까, 아니면 칠성처럼 분노를 행동으로 옮겼을까. 그 질문에 나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오래 남았다.

<군함도>는 어떤 영웅도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혼란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작은 용기, 연대, 인간성 회복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메시지가 무척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감동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기억을 품고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도록 기억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군함도>는 끝났지만, 그 이야기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영화 한 편으로 바뀌는 건 없겠지만, 그 영화가 던진 질문은 오래 남아야 한다. 그게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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