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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by 세리옹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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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화 기반의 현실감이 만들어낸 몰입
  2. 윤계상 ‘장첸’ 캐릭터가 남긴 충격
  3. 액션 연출의 리얼함이 주는 쾌감

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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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범죄도시’가 개봉했을 때, 나는 그저 마동석이 나오는 통쾌한 액션물 정도로만 생각했다. 사실 그 무렵에도 한국 영화에는 강렬한 범죄 스릴러들이 꽤 많이 쏟아지고 있었고, 경찰과 범죄자의 대립을 다룬 작품도 많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 5분 만에 나의 그 얕은 선입견을 깨뜨렸다. 등장인물의 숨소리, 한 컷 한 컷 날 것 그대로인 공간, 그리고 말없이 걸어오는 한 남자의 눈빛…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진짜’ 같았다. 그리고 이 리얼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강하게 관객을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다른 무게를 가진다. 실제로 2000년대 초 구로구에서 벌어졌던 범죄조직 소탕작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영화 속 모든 장면을 그냥 ‘극적인 연출’로 넘길 수 없다.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공포, 그 불편한 현실이 우리 사회 어딘가에서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걸 알고 보면, 이건 단순히 소비되는 액션물이 아니라 어떤 기록이고 경고처럼 느껴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더 이상 허구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고, 그게 더 무서웠다. 예전에는 스릴러가 재미로만 다가왔다면, 이 작품은 사회적인 경계심을 일깨우는 기능까지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나는 이 영화가 인간의 ‘정의감’이라는 감정에 어떻게 불을 붙이는지 너무나도 흥미롭게 지켜봤다. 마석도라는 형사 캐릭터는 틀에 박힌 경찰상이 아니다. 그는 무식하게 보일 만큼 단순하고, 때로는 폭력적이며, 전략보다는 정면 승부를 선호한다. 그런데 그 속에 담긴 진심과 책임감이 너무도 강력해서, 관객은 그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정의가 반드시 고상하고 깨끗할 필요는 없다는 걸 마석도는 몸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나는 그의 거침없는 주먹보다, 그가 범죄 피해자 앞에서 보인 짧은 침묵과 단호한 눈빛에서 더 큰 울림을 느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준 또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는 악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윤계상의 장첸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불길하다. 말도 많지 않고, 행동도 거창하지 않지만 그의 존재감은 점점 극 전체를 장악해 간다. 나는 이런 유형의 악역이야말로 진짜 무섭다고 생각한다. 그는 인간적인 동정이나 이유 없는 폭력성마저 가진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계획적이고 냉정해서 더 공포스럽다. 그런 장첸과 마석도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감은, 단순히 ‘싸움’의 쾌감 이상이었다. 정의와 악, 현실과 이상, 질서와 혼돈이 부딪히는 거대한 충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범죄도시’는 단순히 영화관에서 소비되는 오락 영화가 아니다. 나는 이 작품을 일종의 사회적 기록물로 받아들였다. 무너진 치안, 침투하는 범죄, 그 사이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저항의 한계… 이런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나 강력한 오락성과 결합시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해냈고, 나는 그게 너무 놀랍고 고마웠다. 지금도 이 영화를 떠올리면, 마동석의 주먹보다 더 강하게 머릿속을 때리는 건 바로 그 **‘현실 같은 무게감’**이다.

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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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화 기반의 현실감이 만들어낸 몰입

‘범죄도시’는 2004년 서울 구로구에서 실제 벌어졌던 조선족 폭력조직 소탕작전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영화 속 인물들과 사건들이 단순한 픽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훨씬 더 몰입하게 된다. 나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그 ‘현실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형사 마석도는 허구의 영웅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던 형사이며, 그가 이끌던 형사 팀이 얼마나 위험한 범죄자들과 맞섰는지를 알고 나면, 영화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오히려 영화는 현실보다 ‘덜 잔인하게’ 그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범죄도시’는 이런 현실성을 유지하기 위해 로케이션부터 세심하게 공들였다. 실제 서울 외곽의 어두운 골목길, 낡은 건물, 조용하지만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 등은 영화 속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이런 공간감 덕분에 나는 영화 속 형사들과 함께 골목을 누비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불안한 긴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는 경찰의 수사과정도 꽤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단순히 뛰어다니는 장면이나 총격이 아니라, 감시, 잠복, 미행, 언론과의 줄다리기 등 현실 경찰이 실제로 수행하는 여러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점은 단지 ‘형사 액션’에 머무르지 않고, 진짜 경찰의 고단한 현실을 드러낸다.

나는 ‘범죄도시’를 보면서, 이게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다큐에 가까운 체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오히려 영화가 주는 감정적 타격도 훨씬 컸다.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라니…’라는 생각은, 단순한 극적인 구성보다 훨씬 더 무섭게 다가온다.

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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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윤계상 ‘장첸’ 캐릭터가 남긴 충격

‘범죄도시’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이다. 나는 이 캐릭터를 보고 ‘윤계상이 이런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였구나’ 하고 놀랐다. 전작들에서는 다소 부드러운 인물, 혹은 감성적인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기에, 이런 냉혈하고 잔혹한 악역은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장첸은 영화 속에서 실제로 많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눈빛, 침묵, 그리고 폭발적인 행동 하나하나가 엄청난 위압감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 캐릭터의 진짜 무서움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이해할 수 없는 악은 훨씬 더 무섭기 때문이다.

윤계상의 연기는 정말 눈부셨다. 흔히 악역은 ‘나쁜 짓을 한다’는 단순한 묘사로 끝나기 쉬운데, 윤계상은 장첸이라는 인물에게 ‘이해 불가능한 광기’를 입혔다. 냉정하게 웃으며 칼을 휘두르고, 심지어 사람을 고문하는 장면에서조차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무표정한 얼굴은 인간의 감정을 상실한 진짜 괴물 같았다.

나는 장첸이 등장할 때마다 손에 땀이 났다. 그의 존재 자체가 불쾌하고 무서웠지만, 동시에 화면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윤계상의 연기 변신은 단순히 의외성을 넘어서, 한국 영화 악역 캐릭터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객들은 장첸을 보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몰라서 긴장했고, 결국 그의 한마디, 한 걸음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악역이 있었기에, 마동석의 마석도 형사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강력한 악이 있어야 강한 정의도 살아난다는 말처럼, 장첸은 ‘범죄도시’라는 영화 전체를 통제하는 존재였다. 나는 이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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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액션 연출의 리얼함이 주는 쾌감

‘범죄도시’의 액션은 흔히 말하는 ‘스타일리시’와는 거리가 있다. 슬로우모션이나 과장된 카메라 워크 없이, 현실적인 동선과 타격감에 초점을 맞췄다. 나는 이 점이 오히려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욱 강화했다고 본다.

마동석의 주먹은 과장이 아니다. 실제 복싱 유경험자인 그의 액션은 빠르지 않지만, 무겁고 정확하다. 상대가 맞으면 바로 쓰러질 것 같은 묵직한 한 방. 이건 헐리우드 액션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다. 나는 이 액션이 한국 영화만의 고유한 감각이라고 느꼈다.

또한 ‘범죄도시’는 칼부림 장면에서도 진짜처럼 연출한다. 칼이 찌를 때의 고통, 반응, 피의 양 등 모든 것이 지나치게 리얼하다. 이 때문에 액션 장면이 단순히 시원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함께 전달한다. 나는 이게 진짜 액션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때리는 것보다 맞는 것이 더 무서워야 진짜다.

카메라의 움직임도 인상 깊었다. 거친 핸드헬드 촬영으로 인해 마치 내가 직접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건 의도적인 ‘불안정함’이었고, 그로 인해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결정적인 건, 이 영화가 ‘폭력성’을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폭력은 폭력이고, 그 안에 카타르시스는 있되 쾌락은 없다. 이 선을 확실히 지킨 연출은 매우 중요했고,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이라 생각한다.

영화 범죄도시의 리얼함, 장첸의 공포, 그리고 액션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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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를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거였다. "와, 이건 진짜다." 단순히 잘 만든 액션 영화라는 평가만으로는 이 작품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영화가 끝난 후 한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고, 관객들이 하나둘 퇴장하는 와중에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건 단지 '스릴 넘치는 영화’ 그 이상이었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어느 한 지점을 날카롭게 찔러낸 리얼한 보고서이자, 우리가 외면했던 어둠의 실체였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이 영화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통해 ‘정의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의는 늘 깔끔한 방식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때로는 법이 지켜주지 못하는 틈에서, 인간적인 분노와 즉각적인 반응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마석도 형사의 주먹이 법의 한계를 넘나드는 모습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동시에 관객들로 하여금 질문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 그저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야말로 이 영화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이 영화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조선족 갱단이라는 민감한 설정부터, 무너진 지역 공동체, 경찰 인력의 한계, 범죄 조직의 조직력까지… 우리가 평소 뉴스에서 스쳐 들었던 이야기들이 구체적인 인물과 공간을 통해 실체를 얻는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범죄가 영화 밖 현실 속에서 얼마나 교묘하게, 그리고 빠르게 퍼질 수 있는가’를 절감했다. 그래서 더 무서웠고,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다.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은 단순한 악당이 아니다. 그는 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든 괴물이며, 우리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복병이다. 나는 그의 무표정한 얼굴과 무자비한 행동을 보면서, ‘악은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저 존재하고, 그저 파괴할 뿐이다. 그리고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악과 맞서는 일은, 결국 인간이기에 감당해야 할 몫이다. 마석도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대리자였다. 약자와 피해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 나는 그런 모습에 전율을 느꼈다.

‘범죄도시’는 나에게 영화 그 이상의 경험이었다. 한 편의 다큐처럼 생생했고, 보고 나면 웃음보다는 생각이 더 깊게 남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액션 영화를 봤지만, 이렇게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나는 이 영화를 친구들에게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사회를 이해하고, 우리의 정의에 대해 되돌아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끝으로 말하고 싶다. ‘범죄도시’는 우리의 일상과 멀지 않다. 뉴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단지 스릴러나 오락물로 소비하지 않았으면 한다. 마석도 형사의 거친 숨소리, 장첸의 냉혹한 눈빛, 그리고 경찰서 안의 피로한 형사들의 눈동자까지… 그 모든 것이 우리 사회의 풍경 중 하나라는 걸 기억하며, 이 영화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좋겠다.
진짜 같은 영화, 그래서 오래도록 남는다. 그것이 바로 ‘범죄도시’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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